자연의 시험대에 오른 인간
경희고려한의원장
한의학박사 문 희 석
고전적인 철학사상을 바탕으로 자연과 사람의 환경과 생태를 중심으로 한 한의학은 현대의과학 지식을 합병하면서 제3의 의학을 지향하고 있다. 수천년을 이어온 한의학의 전통과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사람의 몸은 곧 작은 우주이다”라고 하며 “천체 우주와 사람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로서 하나”라는 천인합일을 주장하는 한의학의 대상관 철학은 동서고금을 통하여 전무후무한 생명사상이며 의학사상이다. 아무리 작은 미물일지라도 하늘과 땅을 떠나서 홀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
수많은 종의 탄생과 진화의 역사를 보면 모든 생명은 원초적 조상으로부터 서로 연결되고 엮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45억년 전 지구 탄생 이래 생태적 환경을 구성하는 조건과 요소들이 성립되므로 인하여 생명현상이 비롯되었고 그 조건과 요소들의 변화 등에 의한 기후변화에 따라 생명현상도 적응과 순응을 하며 종의 다양성과 변화 그리고 진화의 역사를 만들어 냈다. 이유를 알기 어려운 자연으로부터 온 생명현상은 자연이 아닌 다른 특이한 현상이 아니라 자연의 본질로부터 온 당연한 현상일 뿐이다. 자연과 인간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그 안에 생노병사가 있고 또 다시 생멸은 반복순환되어 生生之理에 의한 영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 가운데 인간은 만물의 영장으로서 지금 거대한 우주 실험실에 갇혀 생존을 위한 시험을 걸치고 있다.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스스로 물어 본다.
2023.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