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적으로 본 화병 – 쌓인 감정이 몸을 태울 때
경희고려한의원장
한의학박사 문 희 석
“가슴이 답답하고, 속에서 열이 올라요.”
“화를 낼 수도 없고, 참자니 병이 되는 것 같아요.”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들으시나요?
그렇다면 화병(火病)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화병은 억눌린 감정이 몸에 쌓여 생기는 한의학적 질환입니다.
오랫동안 참아온 분노, 억울함, 슬픔 같은 감정이 해소되지 못하고
몸 안에 ‘울화(鬱火)’로 머물며 병으로 드러나는 것이죠.
가슴이 답답하고, 한숨이 자주 나오며, 열이 올라 얼굴이 붉어지거나
두근거림, 불면, 소화불량, 이유 없는 통증까지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간기울결(肝氣鬱結)”**이라 하며,
울체된 기운이 화(火)로 변하면서 심장(心)과 몸 전체에 영향을 준다고 봅니다.
이럴 땐 억눌린 감정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한약으로는 가미소요산, 시호가용골모려탕, 청간해울탕 등이 대표적이며,
침, 뜸, 감정 표현 지도, 이완 요법 등이 함께 쓰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참는 것이 무조건 미덕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감정을 건강하게 흘려보낼 수 있는 환경과 태도가 필요합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는 무시하지 마세요.
속에 쌓인 억울함, 분노, 슬픔은 몸을 병들게도, 치유의 열쇠가 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