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적으로 본 자율신경실조증 – 조절력을 잃은 몸, 방향을 잃은 마음
경희고려한의원장
한의학박사 문 희 석
“두근거림, 어지럼증, 소화불량… 다 있는데 검사는 멀쩡해요.”
“몸이 이상한데 병이 없다는 말이 더 괴로워요.”
자율신경실조증은 말 그대로 몸의 자동 조절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상태입니다.
심장 박동, 소화, 체온 조절, 수면 등은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조절되는데,
이 균형이 깨지면 원인을 알 수 없는 다양한 증상들이 몰려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 증상을 단지 신경의 문제로 보지 않습니다.
몸과 마음, 감정과 장부의 조화가 흐트러졌다고 봅니다.
특히 스트레스가 오래 지속되면 간(肝)의 기운이 막히고,
그 여파로 심장(心)은 불안해지고, 비장(脾)은 소화력을 잃고,
신장(腎)은 정기를 소모하게 됩니다.
결국 가슴 두근거림, 불면, 소화장애, 피로감, 수족냉증, 불안 같은 증상이 함께 나타납니다.
이때 한의학은 증상 하나하나를 따로 보지 않고,
기운의 흐름, 감정의 억제, 장부 간의 균형 상태를 통합적으로 살핍니다.
주로 사용하는 치료는 소간이기(疏肝理氣), 안신정지(安神定志), 보익심비(補益心脾) 등의 방법이며
가미소요산, 귀비탕, 천왕보심단, 온담탕, 육미지황탕 등이 체질과 증상에 맞게 활용됩니다.
몸이 조절을 잃었다면, 마음이 먼저 길을 잃었을 수도 있습니다.
자율신경실조증은 혼자 참고 넘길 수 있는 증상이 아닙니다.
마음과 몸의 대화가 끊긴 곳에, 기운의 소통을 회복하는 것.
그것이 한의학의 해법입니다.